장시간의 비행 끝에 드디어 프라하 바츨라츠 하벨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한 시간은 현지시간으로 21시 10분경이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깜짝 놀란 것은 공항에 떡하니 써져 있는 한국말이었습니다! 외국에서 오랜만에 한국말을 보니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잠시나마 우리나라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입국 심사는 매우 간단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심사원이 입국 목적을 제대로 묻지도 않고 통과시켜 주었던 것 같습니다. 밤 시간대라 그런지 심사대도 SKY PRIORITY 전용 게이트 한 곳과 일반용 한 곳만 열려 있었습니다. 모스크바에서 프라하로 가는 비행기를 탔을 때 보았던 승무원들이 SKY PRIORITY 전용 게이트로 통과하고 있었습니다. 잠시 세계를 돌아다니는 그들의 직업에 동경심을 가졌지만, 그들의 지친 얼굴을 보고는 이내 현실로 돌아왔습니다. 입국 심사를 마치고 위탁수하물을 찾으러 갔는데, 네이버에서 찾아보았던 악명 높은 AEROFLOT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수하물 찾는 곳에 도착하자마자 캐리어가 금방 나와서 악명 높았던 AEROFLOT가 드디어 개과천선했구나! 하고 친구와 웃었습니다.

 입국장을 빠져나오기 전에 소정의 현금을 환전하는 것이 좋습니다. 출구를 나가기 전에도 ATM이 있지만 동유럽 여행 가시는 분들은 대부분 유로로 환전하셔서 들고 오잖아요? 저희는 밤 시간대에 도착해서 숙소까지 갈 돈만 환전했답니다. 둘이 쓸 교통비로 150 CZK (CZK가 Czech Republic과 Koruna의 약어입니다. 우리나라의 화폐 단위를 KRW로 표기하는 것처럼! 간단히 코루나라고 부르면 됩니다. 현지인들 발음을 잘 들어보면 코룬이나 꼬룬으로 들리기도 합니다!)정도만 환전했습니다.

 출구에도 모든 것이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었습니다. 밤이라 혹시 못 찾아가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도 했는데 다행히 그런 일은 없을 것 같아 안심이 되었습니다. 프라하 공항에는 한국어 전용 Information Center도 있습니다. 인포데스크를 본 순간 뭐...뭐지? 이건 뭐야 우리나라 아니야? 하는 당황스러움으로 가득 찼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체코항공 지분의 44%를 대한항공에서 인수하면서 한국어 표지판을 같이 설치했다고 합니다. 너무 놀라지 마세요:D 저희는 밤에 도착해서 누가 안내를 해주는지 보지 못했습니다. 밤 9시 이후에 공항에 도착하시면 신기한 눈으로 보기만 하시고 출구로 바로 나오시면 됩니다!

 08월 17일, 한국은 무더울 때였습니다. 최고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고, 최저 기온도 25~26도를 왔다갔다했죠. 프라하는 그런 더위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공항에도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는데 출구를 통해 나오자마자 찬 바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기온이 17도였던 것 같아요. 피서지로 딱 좋은 여행지였습니다! 피서로는 좋았지만 일단 찬 바람에 기가 눌려서 화장실에서 급히 옷을 갈아입고 다시 출구를 통해 공항을 빠져나왔습니다. 바깥 공기는 정말 상쾌했습니다. 오랜 비행 동안 답답했던 마음을 한 번에 풀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금세 10시가 다 되어 갑니다. 9시 반을 지나면 공항에 있는 점포도 하나 둘 문을 닫습니다. 마지막까지 열려 있는 슈퍼로 뛰어 들어가려고 했다가 셔터를 내려버리시는 바람에 저희는 목마름과 굶주림을 겪어야 했습니다ㅠㅠㅋㅋ

 어쨌든 빨리 숙소에 도착해야 했습니다. 밤에 체크인을 하는 것이 숙소 주인분께 조금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경유지인 모스크바에서 숙소를 예약했었는데(완벽한 자유여행이죠?), 언제 체크인할 수 있는지 묻는 주인 분의 말에 밤 10시쯤 도착할 것 같다는 말과 함께 "I was wondering if you pick us up..." 이라고 메시지를 보냈다가 혼쭐이 났습니다. "싼 값에 예약했는데 롤스로이스 호텔의 서비스를 바라는 것이냐, 제발 현실적으로 생각해라..." 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사실 정말 싼 값에 당일날 숙소를 예약한데다 에어비앤비도 처음 사용해보아서 더 이상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대신 오는 방법을 설명해주셨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주인에게 괜히 심통이 나 있었습니다. 저희 숙소는 Zitna 4에 위치해 있었는데 Metro B 노선의 Karlovo Namesti(주인 아저씨 말로는 영어로 Charles Square라고 하네요!)역과 매우 가까웠습니다. 주인 아저씨의 말만 따라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밤이라 택시를 이용하고 싶기도 했는데 여행 첫날에는 당연히 대중교통 아니겠습니까?ㅎㅎ

 프라하의 대중교통 이용은 매우 간단합니다. 후에 팁을 따로 정리하여 Czech Republic 카테고리에 독립된 게시물로 올릴 생각인데 그 게시물에서 더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프라하의 교통권은 시간 단위로 구분됩니다. 30분권, 90분권(Basic), 1일권, 3일권으로 다양한 표가 있는데 그 중 사용할 표를 구매하여 펀칭 기계에서 펀칭을 하면 그 순간부터 시간이 적용됩니다. 검표는 임의로 하는데, 저는 프라하 여행동안 한 번만 검표를 당했습니다. 안 걸리실 자신이 있으시다면...ㅎㅎ

 공항 앞의 횡단보도를 하나 건너면 버스 정류장이 있습니다. 정류장에는 티켓 판매기가 있고, 저희는 소정만 환전했으므로 일반 티켓인 90분권을 2개 끊었습니다. 버튼으로 이루어진 자판기였는데, 빨간 버튼 누르고 32 코루나를 넣어주기만 하면 티켓이 나옵니다!

 119번 버스나 100번 버스를 타면 지하철역으로 갈 수 있는데 저희가 묵을 숙소는 Metro B 노선에 있어서 B 노선 쪽으로 가는 100번 버스를 탔습니다.(119번 버스는 A 노선으로 연결됩니다.) 역시 해외답게 버스의 모양도 신기했습니다. 유럽에 그런 버스들이 많이 다닌다는 것을 보아서 알고는 있었지만 타보니 더욱 신기하더군요! 버스 2칸을 이은 모습이었는데 연결 부위는 모멘트 이완점처럼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모양이라고 생각하시면 쉬울 듯합니다!) 중국에서 본 긴 버스와 비슷했습니다. 좌석은 우리나라처럼 전부 앞쪽을 향해 있지는 않았습니다. 통로 중앙을 향해 있는 좌석에 저희가 앉았습니다. 너무 피곤해서 다른 좌석들은 어떤지 자세히 보지는 못했네요. 100번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달리면 드디어 기다리던 지하철 B노선의 역이 나옵니다. Zlicin(즐리친)역! 버스에서 내려 사람들이 가는 대로 따라갔습니다. 버스에서 내려서 왼쪽 방향, 그러니까 버스가 도착하는 방향으로 가면 됩니다. 다른 분들이 처음에 오른쪽 방향으로 가길래 무심코 그들을 따라가다가 국제미아가 될 뻔했습니다...

 Zlicin역은 100번 버스의 종점이기도 하고, 지하철 B노선의 종점이기도 해서 타는 곳을 확인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지하철역으로 들어갔습니다. 들어가자마자 우리나라의 대중교통체계가 얼마나 세계적으로 뛰어난 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동유럽 국가의 지하철에는 스크린도어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서울 지하철에는 스크린도어가 없으면 난리가 났겠죠...? 제가 어릴 때 지하철을 이용할 때만 해도 스크린도어 대신 스테인리스로 된 펜스가 있었는데 여긴 그것도 없었어요. 하지만 그것마저도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되어 그저 즐거웠습니다. 전광판에는 열차가 곧 온다고 표시되어 있습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습니다.

다음 여행기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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