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를 꼭 쓰려고 했었는데, 어쩌다 7개월이 훌쩍 지나가 버렸네요. 물론 당연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지만 언젠가 꼭 적겠다고 생각했었고 틈틈이 글을 써서 드디어 업로드하려고 이 자리에 앉았어요. 이 자리에 섰어요도 아니고 앉았다고 하는게 나만 이상하게 느껴지나...

 글을 너무 문어체로 써서 그런지 낯설기도 하네요. 이야기하듯 편하게 쓸 걸 그랬어요.

 2016년, 무더위가 서울을 강타하던 한여름의 어느 날이었다. 기계적인 공부와 시험 일정에 진저리를 느끼고 있었고, 입대를 앞두고 싱숭생숭한 마음을 어디 두어야 할 지 잘 모르던 참이었다. 다른 친구의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무차별적으로 올라오는 여행 간에 찍은 셀카들이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지금 하고 있는 모든 것들을 그만두고 어디론가 떠나서 편히 쉬고 싶었다. 혼자 힘으로 여행을 떠나본 적이 없어서 '떠나고 싶은 마음'이라는 게 무엇인지도 잘 몰랐지만, 처음으로 진정한 의미의 여행이라는 걸 해보고 싶었다.

 과외 시간이 끝나고 자취방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어느 곳으로 여행을 가겠다는 대략의 목표도 없이 항공권을 예매하는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실행했다. 모든 것들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수도 없이 했지만 아직 현실의 나는 일상의 굴레에서 빠져나오는데 눈치를 많이 보아야 했다. 당시에 열심히 하고 있던 과외활동과 계속 진행해오던 봉사활동을 모두 그만두지 않고, 걱정 없이 여행을 다녀올 수는 없는지 심히 고민했다. 1주일 내로 다녀오려면 어디로 가야할까, 가까운 외국은 어떨까하는 생각에 일본이나 동남아시아, 러시아 동부를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찌는 듯한 더위에 노출되어 있는 아시아에 계속 머물러 있기는 싫었고 러시아 동부는 너무 거창한─그때 생각했던 동부의 도시들은 예카테린부르크, 이르쿠츠크, 노보시비르스크, 첼랴빈스크, 옴스크 등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러시아의 도시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모험이라고 생각했다. 어디를 가야할지 1달 내내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은 고민한 시간의 길이와는 반대로 단순했다. 어느 곳이든 좋으니 유럽으로 가되, 만족할 만한 왕복 항공권 가격으로 다녀올 수 있는 곳! 단순한 결정이었지만 이 선택은 선택지를 1/10 수준으로 줄여놓았다. 기후와 물가, 항공권 가격까지 세세하게 따져서 최종적으로 남게 된 선택지는 바로 동유럽이었다. 프라하로 들어가서 부다페스트로 나오는 항공권 가격이 왜 제일 싼 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당장 4일 뒤에 떠나는 그 비행기가 가장 만족할 만한 가격을 제시했다. 여지가 없었다. 같이 가기로 한 친구와 나는 지체 없이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이 이야기가 보람찼던 여행의 출발점이다.

 

 아직도 여행했던 기억은 한 순간도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어요. 독자 분들도 꼭 이런 추억 만드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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